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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래와 사연/사연 있는 노래 2013/10/23 14:24
요즘 '스캔들' 이라는 TV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다.
아내와 늘 채널 싸움을 하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고,
내가 베개를 갖고 다른 방으로 가는게 일쑤지만
이 드라마만큼은 사이좋게 보고, 사이 좋게 잔다.
보다 보면 아내가 어느새 코를 골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아무리 재미있는 프로도 10분이면 잠이 든다.
그러나 채녈을 돌리면 귀신같이 알고 깨서 화를 낸다)

이 드라마는,
한 악덕 건설업자가 지은 부실 건물이 붕괴되면서 아들을 잃은 한 남자가
(삼풍 백화점 붕괴 사건을 연상시킨다)
복수를 위해 건설업자를 찾아갔다가 우연히 그 아들을 유괴하게 되고,
20여년이 지난 뒤 굴지의 재벌이 된 건설업자와 이들 부자가 다시 얽히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사실 이 드라마를 대단한 작품이라고까지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같은 무렵 시작했다 벌써 종영한 '황금의 제국'에 비해서도
스토리가 탄탄하지 않고 긴장감도 덜하다.
그런데도 유난히 마음이 끌리고 몰입하게 된다.

두 작품 모두 재벌가를 다루고 있지만
전자가 재벌 총수 자리를 둘러싸고 가족끼리도 피 튀기는 싸움을 벌이는데 비해
후자는 돈보다 가족간의 정과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기 때문일까?
전자가 자기들끼리의 이전투구로, 우리에겐 단지 구경거리일 뿐인데 비해
후자는 바로 우리 이야기일 수도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OST가 대단히 인상적이다.
주인공인 하은중의 고뇌와 슬픔을 잘 드러내줄뿐 아니라
보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해 드라마에 더욱 몰입하게 한다.
마시따 밴드라는 듣도보도 못한(?) 그룹이 불렀다는데
원곡은 박상민이 부른 '세상을 몰라서'란다.
박상민 노래도 들어봤는데, '나는' 이라 이름붙인 이 노래가
드라마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어쩌면 이미 귀에 익었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 드라마의 주인공인 하은중.
그는 요즘 젊은이들과 달리 조금 올드한 성격이다.
오히려 우리 세대와 많이 닮았다.
직업은 형사.
털털함을 넘어 더러울(?) 지경으로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고
성격 또한 멋대가리 없이 무뚝뚝하다.
돈도 여자도 관심 없고
오로지 범인 잡는데만, 정의를 실현하는 데만 열심이다.
아버지와는 늘 버성기며
필요한 말 이외엔 대화도 별로 없다.
하나뿐인 누이 동생에겐 깐깐하다.
옷차림부터 귀가 시간까지 일일이 간섭한다.
(세상에, 이런 젊은이가 요즘도 있냐?)
그러나 속으론 눈물도 많고 정도 많다.
실상 아버지를 누구보다도 깊이 사랑하며
누이 동생을 이 세상의 늑대들로부터 지켜주려 애쓰는 자상한 오빠다.

그런 그가,
마음 깊이 사랑하는 아버지가 실은 유괴범이었고
친아버지는 자기가 잡아넣으려는, 사악하기 짝이 없는 인간이라는 걸 알았을때
어떤 심정이 될까?

<나는>

사랑을 몰라서 세상을 몰라서
그 많은 아픔 뒤에야 깨닫게 되나봐
눈물이 많아서 정이 참 많아서
세상에 자꾸 속아도 웃을 수 있나봐

부는 바람에 자꾸 내 맘이 흔들려
아둥바둥거리는 내가 안돼 보여서
눈물이 나, 사랑하기에도 짧은 시간에
난 무얼 하며 여기 왔을까

시간이 멈춘듯 생각도 멈춰 서
되돌아 가기에는 너무 늦은 것일까
이별이 많아서 아픔이 참 많아서
사랑에 자꾸 속아도 웃을 수 있나봐

부는 바람에 자꾸 내 맘이 흔들려
아둥바둥거리는 내가 안돼 보여서
눈물이 나, 사랑하기에도 짧은 시간에
난 무얼하며 여기 왔을까
나는 무얼하며 여기 왔을까
     ...........

갑자기 믿을 사람 하나 없는, 엉망진창이 된 상황에서 
그는 분노하기 보다 웃는다.
그러나 그 웃음이 웃고싶어 웃는 웃음이겠는가?
복잡한 표정의 그의 웃음은 통곡보다 더 아프다.
어떻게 하든 마음을 다잡으려 애를 쓰지만
바람만 선듯 불어도 사정없이 흔들리고....
다시 추스리려고 아둥바둥거리다 보면
그런 자기 자신이 차라리 불쌍하다.
그러나 나를 위해 울어줄 사람도 오직 나 뿐.
오직 자신만이 자신을 연민하고
스스로를 위해 눈물을 뿌린다.

그런 심정은 아버지 하명준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우연히 원수의 아들을 유괴하게 됐지만
그 순간 그의 인생은 풍비박산,
직업을 잃고 전국을 떠돌며 숨어 살아야 했다.
그러나 결국 원수와 다시 만나게 되고,
이제는 목숨보다도 더 사랑하게 된 원수의 아들은
엄청난 혼돈과 배신감, 분노에 시달린다.
그런 그를 보는 그에게 삶은 차라리 지옥이다.
도대체 왜 이렇게 된 것인가.
무엇이 잘못된 것인가.

이런 심정은 어찌보면 악덕재벌 장태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막강한 재력과 권력을 움켜쥐었지만
그를 진정으로 사랑해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의 악귀같은 행동도 비천한 신분을 극복하기 위한 몸부림이었을 수 있는데,
그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동정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내 조차 수십년 발톱을 숨기고 보복만을 꿈꿔왔으며
주위 사람들 역시 면종복배, 뒤에선 늘 배신을 꿈꾼다.
그 역시 사는게 사는 것이 아니다.

그러고보면
이 세상 누군들 가련하지 않겠는가?
모두들 발을 멈추고 돌아보면
나는 대체 무얼하며 여태 살아왔는지
회한 뿐이지 않겠는가?

그러니
더 이상 아둥바둥하지 말 일이다.
다만 사랑할 일이다.
사랑만 하기에도 우리 인생은 너무나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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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방장 2013/10/29 08:29 PERMALINKMODIFY/DELETE REPLY

    어제 이 드라마가 종영을 했다.
    주인공의 부성애를 노린 전략(?)이 적중해
    모두가 화해하고 행복해진다.
    완벽한 해피엔딩이다.
    실제로도 이런 해피엔팅이 가능한 것일까?
    역시 소설이네 싶어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흐뭇하다.
    현실은 결코 이럴수 없겠지만
    이러리라 믿으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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