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지 말라

영농일기 2020/01/12 15:35
하우스 밖의 빈터에 퇴비를 깔았다.
작년 검정콩을 심었던 곳엔 12포를,
그리고 파를 심었던 곳엔 7포를 뿌렸다.
대추나무 5그루에도 2포를 선물했다.

​ 겨울이 한창인 지금 퇴비를 뿌린 것은
겨울이라고 손놓고 놀 수만은 없고
무엇보다 봄철 허둥지둥 하기 않기 위해서다.
2년 전 농사를 처음 지을 땐 200평이나 되는 빈터를 그대로 놀렸다.
승부수였던 잎들깨 재배에 쫒겨 다른 일은 생각도 못했다.
작년엔 토마토, 파, 깨, 콩, 상추 등 제법 많은 작물을 심었으나
어영부영 하다 시기를 놓쳐 작황이 좋지 않았다.

​ 올해는 농사도 3년차니, 이제 제대로 한번 해보고 싶다.
생전 처음 농사를 지으면서 무농약, 유기농을 한답시고
2년간 고생만 실컷 하고 큰 적자를 보았다.
남들은 유기농은 안 된다고, 괜히 헛고생 말라고 지금도 말리지만,
올해도 역시 유기농이다.
무엇이든 3년은 해야 해봤다 하지 않겠는가?
2년간 경험 했으니 아무래도 올핸 낫겠지.

​ 올핸 유기농에 더해 무경운 농사를 시도한다.
2년간 경험을 했다지만 사실상 또 다시 첫경험인 셈이다.
그런 만큼 두려움도 있다.
올핸 그래도 성과가 좀 있어야 하는데....

​ 아내는 농사도 모르면서 왜 남들을 따라 하지 않느냐고 성화다.
그러면 슬퍼진다.
뒤늦게, 남들은 할 일 없이 쉬는 나이에 농사 한번 지어보겠다는데
왜 무조건 남들 따라 하라는가?

​ 처음 하는 일은 되도록 남이 하는대로 따라 하라지만
따라 한다고 나도 잘 되던가?
붓다는 모든 일에 정해진 법이 없다 하셨다.
농사에도, 2년간의 내 경험에 따르면, 정해진 법이 없다.
마땅히 정해진 법이 없으니
농사도 내가 짓고싶은대로, 내가 공부한대로 한다.

​ 평생을 내 식대로, 내가 옳다고 믿는대로 살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온전하게 내식대로 살아본 적이 없다.
이제 농사라도 내 맘대로 지어보겠다는데.....
누구도 말을 말라.
적어도 3년 동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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