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는 어찌들 사느냐

한담 2019/10/17 14:12
8년 전 회사를 정년퇴직하면서
'고맙고 미안하고 부끄럽다'는 인삿말을 남겼었다.
그 이유를 말하진 않았다.
이제 새삼 밝혀보자면 이렇다.

고맙다는 말은 주로 회사에 한 말이다.
미우네 고우네 해도
회사 덕분에 먹고 살고 아이들을 가르쳤다.
이에 대한 고마움을 표한 것이다.

미안하단 말은 후배들에게 남긴 말이다.
나는 그 신문이 1등신문일 때 들어왔다.
그러나 나올 때는 3등이었다.
1등 그대로 물려주지 못한 것이 모두 내 책임인 것만 같아
너무 참담하고 미안했다.

부끄럽다는 말은 나 자신에 대한 말이다.
나는 당시 신문을 그렇게 만들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객관적이고 공정하며, 무엇보다 약자 편에 서는 것이
내가 아는 언론의 정도였다.
그러나 당시 신문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나름 노력했고
혼자 힘으로 안되자 노조 동지들과 힘을 합쳐 싸우기도 했으나
나는 결국 패배했고 무력감에 빠졌다.
민간회사에서 회사를 상대로 싸워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이었다.
그걸 알았다면 당장 사표를 쓰고 나와야 했으나
비굴하게 정년퇴직까지 버티고 살았다.
우리가 옳은 한 잘릴지언정 자기 발로 나가지 말자고
동지들과 함께 한 약속을 지킨 것이지만
그래도 사표를 던지지 못 한 게 못내 부끄러웠다.

조국 사태가 벌어지면서
검찰 뿐만 아니라 언론 적폐 청산 요구가 높다.
후배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어떤 생각으로들 신문을 만들고 있을까?
문득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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